이덕무

  독서는 푹 젖어야 한다.
독서는 푹 젖어야 한다. 푹 젖어야 책과 하나가 된다. 푹 젖지 않으면 읽는 대로 잊어버려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없다.

소나기가 내릴 때는 회오리바람이 불고 번개가 쾅쾅 쳐서 그 형세를 돕는다. 빗줄기가 굵은 것은 기둥만하고, 작은 것도 대나무 같다. 다급하기는 화분을 뒤엎을 듯하고, 사납기는 항아리로 들이붓는 것 같다. 잠깐 사이에 봇도랑은 넘쳐흘러 연못처럼 되니 대단하다 할 만하다. 하지만 잠깐 사이에 날이 개어 햇볕이 내리쬐면 지면은 씻은 듯이 깨끗해진다. 땅을 조금만 파보면 오히려 마른 흙이 보인다. 이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. 연못처럼 고였던 것이 능히 푹 적시지 못했기 때문이다.

만약 하늘과 땅의 기운이 성대히 교감하여 거세게 장맛비를 내려, 부슬부슬 어지러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리게 되면, 땅속 깊은 데까지 다 적시고 온갖 사물을 두루 윤택하게 한다. 이것이 이른바 푹 젖는다는 것이다.

책 읽는 것 또한 그러하다. 서로 맞춰보고 꿰어보아 따져 살피는 공부를 쌓고, 그치지 않는 뜻을 지녀, 푹 빠져 스스로 얻음에 이르도록 힘써야 한다. 이와 반대로 오로지 빨리 읽고 많이 읽는 것만을 급선무로 한다면, 비록 책 읽는 소리가 아침저녁 끊이지 않아 남보다 훨씬 많이 읽더라도 그 마음속에는 얻은 바가 없게 된다. 이는 땅을 조금만 파면 오히려 마른 흙인 것과 한가지 이치다. 깊이 경계로 삶을 만하다.